감사 : 2년반이라는 공백 (이O미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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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25-07-02 21:54본문
2015년 2월 1일 천마재활원에 첫 출근한 날입니다.
벌써 10년하고도 4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.
천마는 저의 첫 직장입니다. 나의 20대를 함께 하였고, 제 청춘을 바쳐 일한 곳이기도 합니다.
첫 출근날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‘아...여기서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...?’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장애인에 대한 큰 편견은 없었지만 생각해왔던 것 보다 강렬했습니다.
음식을 줄줄 흘리는 분, 고함을 지르는 분, 싸우는 분, 잘 걷지도 못하는분...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이였고, 입주민 분들도 훨씬 많았었기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첫 출근날이 지나갔습니다.
그런데 다음날, 그 다음날...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왜 음식을 흘릴 수 밖에 없는지, 왜 고함치며 싸운건지, 자기만의 방식으로 중심을 잡고 얼마나 잘 걸을 수 있는지, 장애가 있어도 얼마나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지 나랑 별 다를께 없구나라는 걸 나날이 배우고, 느끼고 스며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.
그렇게 같이 웃고, 울고, 화내고, 행복해하며 10년이 흘렀습니다.
솔직히 10년이나 다닐 줄은 몰랐습니다. 그러다 보니 제 가족이 생기고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.
한번 출산육아휴직이 15개월, 총 30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공백기를 가져야만했지만 그 공백기가 당연하듯 “애기 잘 키우고 꼭 와.” 라며 조금의 부담도 주지않으셨고 잘 다녀왔습니다.
‘내가 잘 할 수 있을까. 피해가 되진 않을까’라며 복귀를 하는 것이 맞는지 수없이 고민했었습니다.
하지만 배불러서 그래선 안된다며 걱정해주시고, 돌아올때마다 반겨주시고, 잘 몰라도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동료분들과 잊지 않고, 웃으며 “이O미선생님이예요!” 라며 알아봐주시는 입주민분들 덕분에 저는 지금 제 일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고, 감사합니다.
이제 복귀를 한지 2달이 다 되어 갑니다. 부족한 부분들도 많고, 아직 익숙하지 않아 빼먹는 부분들도 많은데 많이 가르쳐주시고, 이해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. 저 또한 그 감사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